베트남 교민들, "한국에 사과하다".베트남의 자신감, 삼성과 LG는 빠르게 성장할 것입니다.
베트남 교민들, "한국에 사과하다".베트남의 자신감, 삼성과 LG는 빠르게 성장할 것입니다.
베트남 교민들 “한국언론, 오보 말아달라” 울상.
한국 언론의 베트남 관련 보도에 베트남 교민들의 불만이 높다. 코로나19로 교민들이 외교 문제에 예민한 상황에서 사실 확인 없이 오보를 내거나 기본적 번역조차 틀리는 보도가 계속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주요 영어권 국가가 아니라서 책임감을 덜 느끼느냐”는 원성까지 나온다.
베트남 교민 커뮤니티는 지난달 27일 한국경제TV와 아주경제 보도를 보고 들썩였다. “[속보] 베트남 7월1일부터 하늘길 열린다. 한국 등 80개국 E비자 승인방침”(한국경제TV)이란 기사와 “[상보] 베트남, 7월1일부터 한국 등 주요국에 입국허용 방침”(아주경제)라는 기사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베트남 정부가 오는 7월1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80개국의 E비자 신청을 받고, 전국 8개 국제공항과 16개 국경, 13개 항구 등을 통해 입국 방문객을 받는다는 보도다.
한 기업 주재원인 교민 A씨는 “우리 회사는 물론 교민들, 주재원, 한국에 있는 경제인들까지 전부 다 난리가 났다”고 전했다. 베트남의 출입국 정책은 교민들의 최대 관심사다. 베트남은 코로나19 확산 문제로 일부 예외 상황을 제외하면 외국인 입국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산가족’도 생겼다. 지난 2월 중순 전, 한국에 들어온 뒤 베트남 국경이 폐쇄되면서 돌아가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가정이 적지 않다.
베트남 정부가 주요국에 입국을 허용했다는 보도는 오보였다. 베트남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법 개정으로 E비자 허용을 기존 46개국에서 80개국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으로 입국 재개 여부와는 무관하다. 베트남의 외국인 입국 금지 정책도 그대로였다. 교민들은 직접 대사관 영사과나 주베트남 한국상공인연합회 등에 사실 확인했고 “기본적인 영어·베트남어만 해도 틀릴 수 없는 보도”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경TV는 이후 기사를 수정했고 아주경제는 삭제했다.
교민들 불만이 거센 이유는 이 같은 오보가 반복돼서다. 교민사회는 지난달 19일에도 술렁였다. 한국경제TV는 19일 정기적으로 베트남 소식을 전하는 ‘KVINA 한줄뉴스’에서 헤드라인을 “베트남 무격리 입국 허용”이라고 달아 보도했다. 기사는 베트남 현지 매체의 원문 링크를 남겼지만 원문엔 ‘무격리 입국 허용’이란 내용은 없었다.
‘다낭 반미 사건’ 보도는 교민들이 한국 언론 취재에 불신을 갖게 된 계기였다. YTN은 코로나19이 국제적으로 확산되던 지난 2월25일, 대구에서 출발해 베트남 다낭에 격리된 한국 여행객들이 “아무 증상이 없는데도 자물쇠로 잠긴 병동에 갇힌 채 빵으로 끼니를 때우는 등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은 당시 여행객 중 발열 환자가 발생해 격리됐던 것이고 자물쇠는 베트남에서 문을 잠글 때 흔히 쓰는 일상용품이었다. 보도에 언급된 ‘빵’도 베트남의 대표 주식인 ‘반미’였다.
베트남이 신남방정책의 교두보로 떠오르고 한국과 베트남 사이 경제적 교류가 늘면서 언론의 베트남 진출도 늘고 있다. 베트남 외교부는 지난 5월 아시아투데이, 아주경제의 신규 지국 설립을 허가했다. 연합뉴스, 한국일보, KBS에 더해 언론사 5곳이 베트남에서 지국을 운영 중이다. 한국경제, 조선일보는 해외연수 성격의 특파원을 베트남에 보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1월 처음으로 베트남에 특파원을 파견했다. 여기에 한국경제TV처럼 베트남 소식만 전문으로 전하는 코너를 둔 매체도 있다.
교민 A씨는 “잘못된 소식에 20만 교민들, 기업인들, 주재원 가족들은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다. (언론 보도가 나오면) 아침부터 회사는 물론 온갖 곳이 다 비상이 걸렸다가 (보도가 오보임이 확인되면) 엄청난 실망만 남는다”고 말했다.
A씨는 “미국처럼 중요한 영어권 국가에서 이런 오보가 나왔다면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됐을 것”이라며 “베트남이라는 이유로 오보가 계속 걸려있고 뒤늦게 슬쩍 수정·삭제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더구나 이슈조차 되지 않으니 언론이 계속 오보를 내는데,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2008년 박닌성에서 휴대폰을 생산한 것을 기점으로 베트남은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고리로 부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빠르게 진정된 것도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엔 호재로 작용했다.
마이너스 금리를 초래할 정도로 급격하게 풀린 전 세계 유동성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베트남으로도 흘러들었다.
베트남이 외국인들의 직,간접 투자금을 얼마나 유용하게 활용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상당액이 지하경제로 스며들었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낙수 효과 역시 분명했다. 청년들은 원하면 어디든 취직할 곳이 생겼다.
베트남 실업률은 2009(1.74%)년 처음 2% 밑으로 떨어진 이래 작년까지 1%대를 유지하고 있다.
호찌민, 하노이 등 기존 대도시 외에도 2선 도시들도 경제 성장의 과실을 누렸다. 베트남 정부가 고수하는 원칙 중 하나인 지역 균형 발전 덕분에 북, 중, 남부에 골고루 산업단지가 조성됐다.
이 같은 낙수 효과는 공식 통계로는 도저히 잡히지 않는 현상들을 만들어내곤 한다.
중저가 아파트 개발업체인 NHO 관계자는 “생애 처음으로 6000만원 짜리 아파트를 현금으로 구매하는 호찌민에 거주하는 40대 부부가 온 적이 있는데 돈 다발 밑에 흙이 묻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현금을 집 앞 마당에 묻어 뒀다가 가져온 경우다.
요즘은 은행 이용률이 높아지고, 모바일 결제도 흔해지긴 했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여전히 현금과 금을 선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베트남 특유의 과시적인 소비문화는 그 만큼 지갑에 돈이 들어 있다는 증거다.
호찌민에 있는 이마트 1호점(고밥점)에선 2개 들이 10만동(약 5000원)짜리 한국산 왕딸기가 불티나게 팔린다.
호찌민 외곽에 있는 고밥은 한때 군부대 유류창고였던 곳으로 베트남의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완전 고용에 가까울 정도로 취직할 곳이 많은 데다 여성들도 일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정착한 덕분에 대부분의 부부들은 맞벌이로 생활한다.
젊은 맞벌이 부부가 받은 평균 월급은 대략 1000달러 안팎이다.
이들은 2만 달러짜리 액센트를 구매하고, 주말이면 근교로 나가 지인들과 함께 바비큐를 즐긴다.
주택에 대해선 크게 걱정하지 않는 편이다. 부모 세대 대부분이 전쟁 후 국가로부터 불하받은 조그만 집과 땅은 갖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2010~2019년에 전 세계에서 부유층(순자산 100만달러 이상)이 가장 빠르게 성장한 나라로도 꼽혔다.
Wealth-X는 최근 ‘부의 10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베트남이 2위를 차지했다.
관가와 재계에 포진한 이들 부유층은 보이지 않는 ‘시크릿 인베스터(secret investor)’로 내수 진작에 큰 역할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주주로서 어려움에 처한 회사에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증시에서 외국인이 팔고 간 주식을 거둬들이는 식이다.
베트남 정부도 코로나19발(發)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내수 부양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6년 이래 대출증가율을 억제했던 정책 기조를 깨고 시중은행을 통한 유동성 확대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베트남 중앙은행은 이달 중순 근로자 급여 목적에 한해 16조동 규모의 무이자 대출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베트남 정부가 수년 간 외환, 환율, 금융 시장 안정에 주력한 덕분에 아세안 내 다른 국가들과 달리 돈을 풀만한 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베트남 역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피해 권역에서 자유롭기는 힘들 것이다.
GDP의 약 6%이상 기여하는 관광 산업의 붕괴는 베트남 경제에 치명타일 수밖에 없다.
최근 베트남 기획투자부 차관은 “올 1분기 GDP 성장률이 3.8%로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전염병의 지속 시간과 심각성에 따라 25만~40만 명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베트남 경제가 과거처럼 쉽게 무너질 가능성은 낮다.
국영 기업 민영화, 외국투자기업의 상장 요건 완화 등 그간 미뤄왔던 개혁 과제들을 이번 위기에 해결할 수 있다면 예상을 뛰어넘는 ‘V’자 반등도 가능할지 모를 일이다.